반적으로 “염소 인간”이라 알려진 카즈라는 예전부터 이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여겨지며 사막과 산악 지대에 사는 고양이 인간과 유사한 “판다 인간”의 동족쯤인 생물이었으나, 최근 이러한 생각이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카즈라는 이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에 새겨진 글을 내가 번역한 바에 따르면 카즈라는 원래 인간으로, 동부 대륙의 테간제 지역에 있는 울창한 토라잔 밀림 안에서 발견된 움바루 족에 속해 있었다. 먼 옛날 언젠가, 나중에 카즈라라고 알려질 다섯 부족이 고지대로 이주하여 함께 떠나오지 않은 부족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교적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했고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 번역이 정확하다면, 약 이천 년 전 이들이 비제레이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때가 마법사 부족 전쟁의 정점이었고 심지어 강력한 비제레이 마법사 부족도 분쟁이 오래 계속되자 지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제레이 일파는 악마에 사로잡힌 희생자를 이용하여 군대를 만들기로 했는데, 평화롭던 움바루 부족이 이에 딱 들어맞는 듯했다. 움바루 부족이 처음 비제레이를 만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0년 정도가 흐르는 동안, 후에 카즈라가 될 몇몇 부족은 평화로웠던 면모를 버리고 비제레이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동족이 염소를 닮은 야만스러운 존재로 고통스럽게 변형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비제레이 기준으로 보면 원시적이지만, 움바루 부족은 익숙한 지형을 이용하고 순수한 야성의 힘을 발휘하여 강력한 마법사들을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 될 수는 없었다. 야만적인 전쟁이 계속되면서 문화와 정신이 큰 타격을 받자 움바루 부족은 절박한 심정으로 적을 물리칠 아무 방법이나 찾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에게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조차 않았다.
그 후 일어난 일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그 후 이백 년 중 어느 순간, 비제레이의 힘을 이용하여 비제레이를 물리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움바루 부족은 자신들의 말대로 해줄 마법사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결국, 그들은 강제로 포로 한 명이 그들을 돕도록 하는 데 성공하여, 변형된 동족을 자신들이 지배할 힘을 얻음과 동시에 테간제에서 비제레이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도록 자기 자신들의 모습까지 바꾸게 했다.
작전은 성공했지만,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저주받은 힘의 대가로 자신들이 악마 자그라알의 노예로 묶여버렸음을 깨달았다. (이 악마라는 용어를 쓴다고 “불타는 지옥” 이론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이 말은 단지 원래 의미대로 사악하다거나 고약한 존재를 설명하려고 쓴 것뿐이다.) 그들은 사나운 약탈자가 되어 마을과 마차를 습격하여 피에 굶주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고 주인인 악마에게 희생자를 바쳤다. 이때부터 그들은 움바루 언어로 “악마” 혹은 “마귀” 등을 뜻하는 카즈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나서 몇 년 후, 예전에 동족이었던 남부 테간제 지역에 살던 움바루족은 신성한 의술사로 구성된 전사들을 보내 카즈라가 그 지역에 불러온 위협을 제거하려 했다. 다른 세계의 힘으로 충만한 위치 닥터(의술사)들은 카즈라를 마구 휩쓸어 가다 마침내 자그라알과 맞닥뜨렸다.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그 전투에서, 용감한 영웅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사력을 다하여 결국 자그라알을 쓰러뜨렸다.
카즈라는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계속했지만, 악마의 힘을 얻을 근원이 사라지자 결국 약해지기 시작했다. 20여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약간 되살아났지만,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져 우리가 오늘 아는 대로 둔하고 멍청한 존재로 바뀌었다.
덧붙임: 여행자들이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는 호전적인 야생 동물을 다양하게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카즈라가 과거에 잃어버린 힘과 기운을 다시 얻어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그러한 보고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