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사방에 감도는 공포가 느껴진다.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불덩이를 보았을 때 나는 며칠 트리스트람을 벗어나 있던 터였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파멸의 전조를 보고 난 직후, 엉망진창이 된 여행자와 맞닥뜨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기 몸을 이렇게 망가뜨린 저주받은 괴물 이야기를 가까스로 뱉어냈다. 그러면서 그 존재를 “시체덩어리”라 불렀다.
몇 달 전, 글을 쓸 때는 우리 땅을 휩쓸고 간 언데드가 가장 심각한 위협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쌍한 여행자 친구가 내게 얘기한 새로운 언데드 생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여행자는 일종의 법무관으로, 요즘처럼 험악한 시절에 정신 나간 인간들이 저지르는 타락행위가 점점 더 늘어가는 듯하자 그 조사를 담당한 지역 사무관이었다. 어느 날 혐오스러운 존재가 파 놓은 커다란 무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커다랗고 뿔이 달렸으며 구역질 나는 짐승이 그 무덤을 파헤치며 나오고 있었다. 죽어가던 여행자는 그 메스꺼운 짐승을 시체덩어리라 칭하며, 악취를 풍기는 썩은 시체 여럿에서 모은 불어터진 조각이 합쳐지고, 형태가 망가진 머리가 여럿 달렸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난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는 놈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날은 운이 좋았지만, 그가 몇 명을 더 데리고 그놈을 처리하려 다시 갔을 때는 모두가 힘을 합쳐 맞서도 역부족이었다. 갔던 이들은 그 짐승이 마을 여기저기를 마구 짓밟으며 몇 명인지도 모를 무고한 목숨을 빼앗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목숨을 바쳐 최후의 한 사람까지 용감하게 싸웠다. 내가 만난 그 여행자가 마지막 생존자였는데, 숨이 끊어지기 전에 그 사악한 생물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동지들에게 인간적인 예우를 갖춰주지 않았기에 하늘이 이런 벌을 내리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매개체로 그런 존재가 생겨났을까? 무엇이 이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었나? 무엇이 “일반적인” 해골이나 평범한 좀비와 다른 끔찍한 존재를 만들어 냈을까?
정말이지 여러 날 동안 인류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확실히 우리 세상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혼란하게 하는 갖가지 생물들이 사는 본거지이긴 하지만, 매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인간으로서 점점 더 참혹한 일을 버텨 내야 하는 듯싶다. 어둠이 닥쳐오고 있다. 벗들이여, 이 말 명심하기를.